이미 꽤 오래 대만에 살게된 사람으로 문득 한가지 질문이 들었다.
대만은 한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미 단교된지 20년이 넘은 나라인데, 그리고 이미 중국과 한국의 관계는 불가분인데
대만은 한국을 선진국으로 여기며 존중해줄까?
외교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아직 중국이라는 거대한 산이 있어서 쉽지 않을 듯 하다.
중국에서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에 한국은 대만 대사관이라는 말을 쓰지 못하고
주한 타이베이 대표부, 주타이베이 한국 대표부 같은 이상한 말을 써야하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트와이스 쯔위의 청천백일만지홍기 사태 처럼 한류 열풍과는 상관없이 외교적인 이유로 또는 몰지각한 중국과 중국네티즌 때문에 이상한 사과를 해야하는 일들이 생기게 되었다.
많은 한국 국민들이 중국의 뻔뻔함과 몰지각함을 싫어하지만, 국가적으로 또 외교적으로는 이미 중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된것이다.
경제적으로는 두 나라는 이미 각기 다른 노선으로 발전해 왔다. 한국은 대기업 위주로, 대만은 중소기업 중심으로, 폭스콘, TSMC, HTC등 대만 기업들은 이미 우리도 익숙한 상황인데, 재미 있는 점은 삼성을 이겨야 한다는 잠재적인 경쟁의식이 있다고들 한다. 대만 사람들은 스포츠 경기에서도 중국 사람들 처럼 한국은 꼭 이겨야 한다는 일종의 경쟁심이 있는데, 대만에 살아보니 그것이 허언이 아님을 새삼 느끼고 있다. 대만과 한국이 어떤 스포츠 경기를 할 때는 대만 친구들과 같이 보지 않는 것이 좋다. 반한(反韓)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길고 두서 없게 재미없는 내용을 열거 했는데,
하하 웃으며 한국을 반기는 대만의 감정과 그런 사람을 가르켜 '하한(哈韓)'이라하고,
한국을 싫어하는 대만의 감정과 그런 사람은 '반한(反韓)'이라고 한다. 다행히 중국 처럼 노골적으로 '혐한(嫌韓)'이라고 까지 하지는 않지만, 아마 그런 감정은 단교의 영향이 가장 크고, 비슷한 상황에서 놀라운 성장을 이룩한 한국에 대한 깊은 질투심과 경쟁심에서 나온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한국을 가리켜 배신자라고 까지 이야기 한다.
그런 감정적 거리를 좁히는데 한 몫을 한 것이 한국 문화와 한류이다.
대만의 수도인 타이베이에 살지 않아도(필자는 타이중에 살고 있다.) 길거리 에서 흔하게 한국 음악을 들을 수 있고, 한국 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어떤 한식당은 한국 사람이 개업한 것이 아니고 대만인인 본인이 너무 한국 음식과 문화를 사랑해서 개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루 종일 한국 뮤직비디오와 KPOP을 틀어 주는데 손님도 넘쳐난다.
코로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은 넘쳐나고, 중국에서 아무 한국 배우나 연예인 사진을 멋대로 도용해서 광고를 하는 것과는 달리 대만은 정식으로 한국 연예인들과 계약을 체결해서 곳곳에 한국 입간판이나 사진들이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아직도 가장 좋아하는 예능은 '런닝맨'이고, 지금은 한국인인 나도 잘 모르는 여러 그룹들 스티커로 음료를 팔기도 한다. 단순히 젊은이들의 일회성 열기로 치부하기에는 한국의 각종 드라마들이 이미 많은 대만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국민남편이라 불리는 공유외에도 박보검, 송중기등이 대만 토종 기업의 모델로 발탁되어서 라인페이카드는 이미 카드 발행이 100만장을 넘어섰다. 대만에서는 한국의 카카오카드와 비슷할 정도로 인기 있는 라인 페이인데 100만장이 대단한 것은 쉽게 발급 받을 수 있는 체크카드가 아니라 신용카드라는 점이다. 그만큼 한국 연예인들의 영향력이 대단하고, 기업들도 그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한국은, 한국인들은 과연 이런 열기를 알까? 대만사람들이 다시 한류에 편승하여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러한 상황을 많은 한국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단교때 배반자로 낙인 찍힌 한국이 외교적인 문제라는 핑계로 계속 머뭇거리기 보다는, 지속적으로 대만과의 교류에 관심을 가지고 다시 돌아온 한류에 대해 연구를 해보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당장 국가적인 차원의 관심은 어렵겠지만 민간적인 교류를 계속해나간다면 한류의 인기도 유지되고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이미지에도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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